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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요리를 탐구하며 인류 역사를 스크린에 재창조하는 스토리텔러 이욱정 PD

by 시너지메이커9 201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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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요리를 탐구하며 인류 역사를 스크린에 재창조하는 스토리텔러 이욱정 PD. ‘다큐멘터리는 진지하고 지루하다(?)’라는 통념을 깨고 20대의 열렬한 여성 팬까지 확보한 그가 음식에 가려진 인류의 역사를 담아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양한 문화와 인류사에 대한 이해를 음식에 버무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주인공 이욱정 PD를 소개한다.

 

 

 

정치, 경제, 예술 등 세상사를 들여다보는 창은 여러 가지다. 사진작가에게는 카메라의 렌즈가 창이 되어 렌즈 너머로 세상을 이해하듯, 이욱정 PD에게 음식은 인류가 살아온 흐름을 읽게 하는 창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미래에 직면한 과제나 문제가 무엇인가가 밥상 위에 투영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그 트렌드가 보이듯 음식에는 인간의 욕구와 트렌드가 훨씬 더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지구의 첫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생존하면서 꾸준히 해온 먹거리 활동. 그 먹거리에는 인간의 노동과 사람의 관계가 담겨있으며, 돈이 인간의 노동을 가리긴 했지만 인간을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음식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라는 게 이욱정 PD의 말이다. 음식에 대한 특별한 관점을 스토리텔링해내는 그의 능력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10대 시절 기억 속에 어머니는 요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었다. 그가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요리를 굉장히 즐거워하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던 소년 이욱정 역시 즐거웠다고 회고한다.
“요리가 다 됐을 때를 기다리며, 요리가 얼마나 즐겁고 창의적인 행위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계속 요리에 관심을 가졌고 어떻게 음식을 요리할지 궁금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지금의 10대, 20대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묻기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는 게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사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상태에서 평생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남에게 휘둘리기 쉽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에 휘둘려 살게 됩니다. 우리의 10대, 20대는 항상 불안하고 다른 사람과 세상의 눈치를 봅니다. 정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면 다른 사람을 향한 질투심도 사라지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어렸을 때부터 굉장한 개구쟁이에 까불대기 좋아했던 소년 이욱정은 남들을 웃기길 좋아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역사, 위인전, 과학서적 등 다양한 책을 읽었다.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이 그에게 독서를 크게 권장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또한 공부보다는 책을 읽고 발표하는 수업이 많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그는 사춘기를 겪으며 내성적으로 변했다. 중고등학교 때 썩 좋은 기억이 없었다는 그는 빨리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다.
“학교가 군대처럼 느껴져서 싫었습니다. 20년이 지나면 학교도 변하겠지 생각했는데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학교 제도에 불만이 많았지만 저항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하하하.”
좋은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는 180도로 달라졌다. 그는 특히 ‘20대라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서 답을 찾고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성과 문화에 대한 존중
그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인류학 교수가 되지 않으면 방송국에 들어가기로 다짐했다. 인류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 있도록 유학 허가서까지 받았지만 방송국에 들어갔다.


“방송국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고, 그런 분위기가 저에게 잘 맞을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도 활동적인 직업인 PD를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90년대 초에 방송국에 들어간 그는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류학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요리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를 담아내려고 애를 썼다.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 다큐멘터리와 <요리인류 키친>에서도 추구하는 테마는 두 가지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발견입니다. 창의성이라고 해서 첨단 과학 기술이나 어마어마한 발명품이 아니라 어머니가 하던 평범해 보이는 음식, 그 안에 인간의 경이로운 창의성이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으로 앞서고 뒤처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서민 요리가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세계라는 것을요.”


<요리인류> 본편과 <요리인류 키친>에서도 그렇지만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남미, 러시아, 중국 등 이런 여러 문화권의 요리와 유래 등을 소개한다. 그 이유는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며 ‘우리 것만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좁은 틀과 시각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누군가 프랑스 음식에 대해서 혹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멋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필리핀의 음식에 대해 말하면 존경심을 갖지 않는 것을 봅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잘못된 잣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생존하는 데 굉장히 치명적인 한계를 줄 것입니다. 그래서 자문화 중심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살아남는 길은 여러 문화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각 나라마다 문화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열등감과 우월감도 사라져야 합니다. 자문화 중심주의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나라의 음식을 징그럽다고 먹어보지도 않습니다. 음식을 통해 열린 마음을 길러가고 넓혀가는 것이며, 이 두 가지가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중요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의 묘미
드라마와 영화가 그렇듯 감독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지만 감독은 큰 밑그림을 잡는다. 큰 줄기의 신Scene을 구상하고 기획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영화와 달리 현장에서 새로운 것들이 더해지면서 바뀌게 된다. 앉아서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달라진다. 그것이 다큐멘터리의 묘미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촬영 전에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이뤄지지만, 다큐멘터리는 큰 질문을 가지고 떠나며 그 질문들을 해결하는 여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요리인류>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2년이 걸렸는데 시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갔습니다. 스토리를 짜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그 과정 속에서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욱정 PD가 공들여 촬영한 <요리인류> 다큐멘터리는 정규방송으로 편성되었지만, 방송으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여분들이 10분 정도로 매일 <요리인류 키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 처음 촬영할 때부터 계산을 하고 찍은 결과물이었다.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는 생선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재료를 버리지 않고  PD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인류>라는 다큐멘터리와 <요리인류 키친>은 한 가지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보여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방송으로 보여줄 또 다른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를 꿈꾸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한국 음식을 품격 있게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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